10년전에 일어난 매우 중요한 사건

Ironmusic 24 2,049 12.05 23:30

12월이 되면 늘 생각나는 사건이 하나 있습니다. 2006년도 였으니 벌써 10년이 넘었네요.

 

대학교 마지막 학기 전 여름 방학. 남들 취업 준비하고 그럴 때 저는 휴학하고.

부모님께 인생의 마지막이라고 약속 드리고 딱 6개월만 음악 미치게 해보겠다고 허락을 받았어요

 

물론 20살때부터 했던 되지도 않던 인디밴드 락음악은 아니고 대중가요해서 유명한 작곡 프로듀서로 승부 보겠다고요.

당시에 같이 밴드 했던 맴버 하고 둘이서 한 5개월인가 레퍼런스 곡 선정해서 미친 듯이 곡 작업하고 했습니다

 

자연스럽게 밤낮이 바뀌더라고요. 작업실에 신라면 10박스에 디스플러스 10보루 사놓고

밖에도 안 나오고 진짜 마지막 남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불 태운 것 같아요

한달 정도 작업하가 인터넷도 끊어 버린 기억이 납니다. 외부와는 단절된 상태

그 당시 추석 연휴때도 집에 가지 않았어요. 어머니는 제가 유명 작곡가가 벌써 된 줄 아셨어요.ㅠ 죄송해요. 

 

11월되서 만든 곡 데모 돌리고 인맥 동원해서 만나고 한 1달은 지인들 통해서 열심히 영업 마케팅도 했어요.

물론 인터넷에 올리고 당시에 유튜브?라는게 막 생겨서 물론 올리기도 했습니만. 그닥 뭔가는 없었던 것 같아요.

결국 당시에 아는 사람이라고는 죄다 밴드했던 형님들이어서 제가 비집고 들어갈 그 틈새를 찾기가 어렵더라고요. 

 

12월 이맘때 쯤에 결국은 메이저에서 오랫동안 음악 하시는 분들은 만났어요.개인스튜디오로 오라고해서 친구하고 둘이 꽃 단장하고 갔습니다.

뭔가 키워주실 것 같은? 부푼 기대와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하고 좋은 곡이 있다고 들려 주시더라고요.

 

들려주신 곡을 듣고 "영미권의 굉장히 세련된 멜로디와 구성"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몇 곡을 더 들려 주셨고, 지금도 기억나는 2번째곡은 거의 뭐 찢어 죽이는 수준의 곡이었어요.

 

그리고 우리가 만든 곡도 들려 드렸어요. 뭐 반응이 그리 좋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다 듣고 나서 주문했던 중국음식 다 먹고 (그분이 사주심). 담배 하나씩 피고 

저희가 사갔던 음료수를 마시면서. 아까 들었던 곡은 연습생이 만든 곡이라고 하셨어요

 

처음엔 굉장히 충격이었어요.

 

뭐랄까요 별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군대 막 제대한 친구가 만들었는데 매우 재능 있는 친구라고 소개해주더라고요.

정말 뭐랄까 더 진짜 진짜 진짜 진짜 인정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리고 집에 친구랑 둘이 오면서. "우리 그냥 음악 포기할까? 이거 음악으로만 먹고 살기 개빡세다."

같이 작업하는 친구도 같은 생각을 하더라고요.


평소 성격이라면 승부욕으로 도전하거나 그래야 하는 것이 정상인데

뭔가 큰 거 한방 제대로 맞아서 두렵다? 라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아요. 

 

거의 그날 전업으로 음악을 하겠다는 마음은 접은 것 같아요

다음날인가? 바로 집으로 내려갔고정말 어머니 아버지 붙잡고 한 시간 넘게 운 것 같아요.

 

그 뒤로 복학 이후 결국 취업을 하게 되었어요. 

음악하겠다고 깝칠때 옆에 늘 있어 주었던 지금의 와이프와 결혼해서 아이 둘 낳고 잘 살고 있습니다. 

필요할 때 음악 장비 사서 한번씩 녹음해 보고 그러는게 뭐 일상의 유일한 낙입니다.

추석 전에 610 mk II를 중고로 샀는데 20만원 줬다고 하니깐 왜 이렇게 비싸게 샀냐고 엄청 난리 치더라고요.

 

요즘드는 생각인데 당시에 친구하고 둘이서 몇 개월을 칩거하면서 미친듯이 작업하고 했던게.

사회생활에도 많은 밑거름이 되는 것 같아요. 뭐 간절함의 기초 작업? 같은 것이라고 해야 할까요?

물론 밴드 생활했던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특히 남들 앞에서 발표 할때요.

 

지금 생각해보면 막상 음악에는 큰 재능은 없었던 것은 확실한 것 같아요.

당시에는 할 수 있는게 음악 밖에 없어서 정말 그것 밖에 몰랐던 것 같습니다.

 

요즘은 살면서 "계속 음악을 했을껄... " 이런 후회보다는 

"당시에 힘들게 들어간 대학교 관두고 음악의 길로 더 깊숙이 갔었으면..."이라는 안도감의 후회를 많이 하기도 합니다. 

제 현재 나이가 안정적인 것을 찾아가는 나이라서 그런 것 같기도 하구요.

 

글쓰면서 추억에 잠기고 좋군요.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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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BeGood 12.05 23:55
잘읽었습니다 묵직하면서도 잔잔한 글이네요.
한 연습생의 곡을 읽고 포기하시고 부모님 앞에서 펑펑 우셨다는 부분이 기억에 남네요
JazzyBerry 12.06 00:17
그 연습생은 10년이 지난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Gospell 12.06 00:34
글 잘읽었어요. 진짜 그 연습생은 현재 근황이 어떨지 궁금하네요.
BEST 1 rvdman 12.06 00:39
어떤 분야든 살아남고 크게 성공하는 부류는 1프로 미만입니다
그 밑으로 계급이 나뉘듯이 단계적으로 내려가는거죠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경제적으로도 여유있게 사는건
사실 쉽지않습니다
특히,우리나라같은 작은 시장에서 예술분야의 일을 한다는건
더욱 힘들죠

그래도 음악작업이 너무 좋으면 저처럼 투잡으로라도
계속 하게됩니다.앞으로도 평생 할거구요~^^

음악을 하지 않는 다른 직업을 가진 내가
음악을 하는 나를 먹여살리는거죠 ㅎ
lds1590 12.06 15:46
마지막 말 인상적이네요.. 어디가서 써먹고 싶을정도..,
FUDDJ 12.06 00:43
전 이런 솔직함이 묻어있은 글 너무좋습니다~^^푹빠져서  잘 읽었습니다. 20대초에 전 뭔가 꼭 돼야겠다는 절실함이 없었던거 같아요ㅠㅠ 즐거운 음악 생활이어가세여~
좋아요 12.06 02:01
좋은 글 감사합니다..
HansKim 12.06 02:40
이런 개인사에 관련된 글을 이런 커뮤니티에 솔직하게 작성하시는 것도 쉽지 않으셨을 일일텐데..
이런 경험을 솔직하게 공유해주셔서 뜻 밖의 감사함을 느낍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살아가는것도 좋겠지만, 현실에서 그게 여의치 않으니깐요..
위엣분이 말씀하셨던 것 처럼 좋아하는 일을 투잡 형태로 하거나 혹은 취미로라도 계속 이어만 가도 좀 더 자신에게 있어서 좋은 삶이 아닐까 다시 한 번 생각해봅니다 ^^
만월광풍 12.06 09:02
내가 너무너무 사랑하는 일임에도 이게 내 생업이 될수는 없을 거 같다.. 라는 판단이 섰을 때,
과감하게 접고 다른 길을 찾아서 열심히 사는 것, 그것 또한 큰 용기지요.
그게 안 되서 젊은 날을 이도 저도 아닌 상태로 허송세월하다가 정신 차려보니 나이만 먹고.. 휴~
가정 이루고, 아이 키우면서 직장 생활하면서 사는 게 평범하달 수도 있지만, 저는 그게 너무 부럽더군요.
아무쪼록 건강하시고, 앞길에 좋은 일들 많으시길.. 음악도 화이팅 하시길.
주니 12.06 09:02
뭔가 묵직한 울림이 있는 글이네요.

저는 오히려 긍정적인 신호가 왔을 때 그걸 더 파고 들지 못하고 취업을 선택하는 바람에 오랜 회한이 남아서 지금까지 음악을 놓지 않고 살게 된 면이 있는데..
(사실 그게 아니더라도 음악은 놓을 수 없는 마력이 있죠. ㅎㅎ)
반대로 짧은 기간이지만 끝까지 달려보신 경험이 있으시니 더 마음 편하게 취미로 즐기실 수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전 오히려 뒤늦게 취미로 해오던 것들이 앞으로의 제 직업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 요즘입니다.
100세 수명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시대를 살다보니 앞으로 남은 시간 뭘 하고 살지? 하는 고민이 더 강해지네요.
취업을 하던 시절만 해도 그런 고민은 없었는데 말이죠. ㅎㅎㅎ
김신우 12.06 09:39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저는 그 작곡가 분이 누구실까 궁금해집니다.
저도 누군가에게 따뜻한 음식 한 그릇 대접하면서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만들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네요..
플라라 12.06 10:24
진한 글이네요 추천누르고 갑니다!
방문자1번 12.06 11:44
제가 지금 작성자님 그 때 그 시절 나이대인데...저도 그럴까 고민중입니다.
히바우도10 12.06 12:57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뮤지션이라면  프로이던 아니던 그 과정속에서 한번쯤은 다 겪어 봤을법한  이 이야기에 공감하시지 않았을까 싶네요

20년 넘게 음악만 붙잡고 있는 1인으로써  다시한번 님 덕분에 감사한 마음 가져봅니다
lds1590 12.06 15:32
너무 슬픈글입니다..ㅠㅜ 꿈을 내려놓을때의 그 상처가.. 그래서 저는 겸업이라는 수를 택했는데..과연.. 그 작곡가님도 누군지 궁금하네요.. 진짜 멋진것같습니다
drg 12.06 16:50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맘 한구석이 아리네요.
네비 12.06 17:05
정말 인생은 정답이 없군요~~ㅎ 잘 읽었습니다
조커 12.06 18:12
공감가는 글이네요
허송세월 보내는건 아닌지 두렵기도 하고 힘들기만 했던 그때 그 시절
지나서 생각해보면 추억이지만 그 당시 일들을 떠올리면 정말 지옥같은 나날이 아니었나 생각되네요
좋아서 시작한건데 나중에는 음악 듣기도 싫어지더라구요 정말 토할것같았어요
저도 글쓴분과 비슷한 상황이었어요 ㅎㅎ 포기하게 된 계기도 비슷했고
지금은 취미로만 즐기고 있지만 이렇게라도 하니 삶의 낙이 되네요 
정말 음악으로 먹고 사시는분들은 사회에 나와서 뭘 해도 잘 하실것 같아요
잘 읽었습니다.
blueocean 12.06 20:42
스스로를 안다는 것도 어렵고 그 앎을 인정하는 것 또한 어려운 건데요.
그래도 그 시절을 함께 한 부인과 지금 잘 살고 계시다니 음악으로는 성공하지 못하셨어도 인생에서는 성공하신 것같아요~
헤드퍽 12.06 22:42
그 끝이 어디가 됐든 행복한 쪽으로 가는게 맞는거에요 부와 명예도 결국 행복해지기 위해서 매달리는거니까.. 돈과 이름 그 자체가 목적이라면 모든걸 다 가져도 불행하겠지만-항상 지구 어딘가엔 나보다 돈도 많고 유명한 사람이 있기 때문에 끝없이 비교하게 되니까- 그걸 쫓는 하루하루가 즐겁다 느끼면 그게 행복한거 아닐까요..?? 가족과 함께 지내는 지금 삶에서 충분히 행복하신게 느껴집니다 이미 성공하셨어요!ㅎㅎ
테맹텐 12.07 13:14
그당시 연습생의 음악이 그정도였던가요?
그걸 듣고 더 나아가야 했던거 아닌가요?
김상완 12.07 13:21
포기할줄 아는것도 쉽지 않은데.. 용기 있으십니다
hogwatz 12.08 20:07
글 잘 읽었습니다.

제 얘기같기도하고 감정이입되네요

이세상엔 김연아씨 박태환씨만 있는게 아니죠 충분히 멋있으세요
mk211 12.08 20:22
솔직한 글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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